[인터뷰]산돌문화재단 손연홍 이사장
- 산돌문화재단
- 5월 23일
- 2분 분량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한글글꼴디자인공모전’을 개최하고 우승 글꼴은 폰트로 제작해 배포할 계획입니다. 산돌만큼 한글 관련자료를 보유한 회사는 없을 겁니다. 앞으로 재단에서 이 자료를 활용해 한글 저변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집무실에서 만난 손연홍 산돌문화재단 이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스승의 날’로 인식하고 있는 5월15일은 1397년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날을 국가 기념일인 ‘세종대왕 나신 날’로 신규 지정해 기리기로 했다.

세종은 다양한 업적을 남겼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훈민정음 창제다. 현대를 기준으로 기본자음 14자와 기본모음 10자로 구성된 총 24자의 음소문자인 한글은 겨레의 사상을 담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84년 창립된 산돌은 한글에 ‘맵시’를 더한 회사다. 1980년대까지 한국은 일본에서 글자 조판 장비를 들여와 일본에서 만든 한글 활자로 출판물을 만들고 있던 실정이었다. 산돌의 창립자 고(故) 석금호 전 의장이 한글 글꼴 개발에 매진하게 된 배경이다.
산돌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한글이 비단 소통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노력을 사회적 저변 확대로 잇기 위해 지난해 8월 산돌문화재단을 출범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자금 사정 악화로 한글글꼴디자인공모전이 열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재단과 협업해 세종대왕 나신 날을 기점으로 공모전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우승한 글꼴을 폰트로 개발해서 한글날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1993년부터 시작한 ‘한글글꼴디자인공모전’은 지난해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개최하지 못했다. 한글날을 앞두고 열렸던 공모전을 올해부터 세종대왕 나신 날로 앞당긴 것은 폰트 개발에 필요한 시간 때문이다. 과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폰트로도 제작해 일반에 배포한다.
손 이사장은 ‘한글 성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박물관에 있는 한글을 외국인이나 젊은 층도 소비할 수 있는 명소로 옮기겠다는 게 재단측의 바람이다.
그는 “외국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거나 도장으로 만들어주면 매우 좋아한다”며 “한글과 관련된 상품이나 제품을 마련하고 참여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 ‘한글’하면 떠오르는 성지를 마련해보고 싶은 구상이 있다”라고 했다.
‘사이시옷 : 타입컨퍼런스’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합성 명사를 잇는 ‘사이시옷’ 현상에서 이름을 따온 이 콘퍼런스는 ‘폰트에 대한 전문성’을 ‘대중과 트렌드’와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행사다.

손 이사장은 한글과 폰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자신했다. 그는 “중국에서 위안스카이가 한글을 도입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성공했다면 지금 중국은 훨씬 더 빠르게 발전했을 것”이라며 “현대카드나 배달의민족 등은 폰트를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경영에 매우 잘 활용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산돌은 현재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IBM, 애플 등에도 한글 폰트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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